티스토리 뷰
목차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저는 솔직히 "다 팔고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하나"였습니다. 성장주로 수익을 꽤 봤던 시기가 있었는데, 시장이 꺾이면서 그 수익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걸 겪고 나서 경기방어주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침체기에도 매출이 줄지 않는 기업들, 배당수익률로 손실을 방어하는 전략, 그리고 제가 직접 실행해보며 배운 타이밍의 함정까지 정리해봤습니다.
경기침체가 와도 덜 흔들리는 종목이 있다면?
불황이 오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다는 건 맞습니다. 근데 줄이지 않는 소비가 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라면, 통신요금, 담배. 경기가 좋든 나쁘든 이건 거의 고정 수요입니다.
여기서 경기방어주(Defensive Stock)란, 경기 순환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유지하는 기업의 주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불황에도 사람들이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회사입니다. 반대 개념인 경기민감주(Cyclical Stock)는 경기가 좋아야 실적이 나는 반도체·자동차·철강 같은 업종이고요.
제가 성장주에서 손실을 보고 나서 농심 차트를 찾아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던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농심과 오뚜기 같은 식품주는 10배 가까이 오른 시기가 있었습니다. 살 게 없어진 기관 자금이 경기방어주로 몰린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필립모리스 같은 글로벌 담배주는 코스피가 한 달 새 10% 빠지던 구간에 오히려 15% 올랐습니다. AT&T도 같은 기간 23달러에서 27달러로 상승했고요. 담배주의 모회사 격인 알트리아 그룹의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은 당시 7~8% 수준이었는데, 배당수익률이란 주가 대비 연간 배당금의 비율로 예금금리처럼 보유 자체로 받는 현금 흐름을 뜻합니다(출처: Yahoo Finance).
- 식품주: 라면·가정간편식·조미료 — 불황일수록 외식 대신 집밥 수요 증가
- 담배주: 필립모리스, 알트리아,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KT&G — 궐련형 전자담배 성장으로 추가 모멘텀
- 통신주: AT&T, 버라이즌, SK텔레콤, KT — 6G 전환·OTT 망 사용료 등 중장기 성장성 보유
배당수익률, 숫자만 보면 안 되는 이유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의 배당수익률이 8%를 넘어서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예금보다 낫네"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근데 제가 직접 써봤더니 높은 배당수익률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올라갑니다. 주가 하락이 배당수익률 상승을 만들어낸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8%짜리를 보고 뛰어들었다가 주가가 더 빠지면 배당금 받아도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KT&G를 배당락 전에 매수했을 때 배당락(Dividend Payout)을 감안해도 주가가 버텨줘서 현재 약 6.3% 수익률이 유지됐지만,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면 그 배당이 의미 없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배당락이란 배당 기준일 다음 날 배당금만큼 주가가 조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PER(주가수익비율)도 같이 봐야 합니다. PER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저렴하다는 뜻입니다. 버라이즌이 AT&T보다 배당수익률은 약간 낮지만(6.8% vs 7.7%) PER이 9.5배로 더 저평가 구간이었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통신주로 버라이즌을 찍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출처: Berkshire Hathaway).
경기방어주가 성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담배주의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국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6% 성장했고, 통신주는 6G 전환과 OTT 망 사용료라는 새 수익 모델이 붙어 있습니다. 성장성이 없어서 배당을 주는 게 아니라, 잉여 현금흐름(FCF)이 충분해서 배당을 줄 여유가 있는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잉여 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설비 투자 후 남은 현금으로, 배당 지급 여력의 핵심 지표입니다.
성문을 여는 타이밍,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고구려가 수나라·당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때 쓴 전략이 있습니다. 성 안에서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가 적이 지칠 때 성문을 열고 반격하는 것. 경기방어주 전략도 비슷합니다. 침체기에 방어주로 방어하고 있다가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에 경기민감주나 성장주로 갈아타는 방식입니다.
근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타이밍을 예측하는 건 전문가도 틀리는 일입니다. 저도 경기방어주를 너무 일찍 팔았더니 주가가 더 올랐고, 성장주로 갈아탔을 때는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뒤였습니다. 타이밍보다 비중 조절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직접 맞아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 세우고 있는 원칙은 간단합니다. 경기방어주에서 연 6~7%의 배당을 받으면서 버티다가, 경기 회복 신호가 명확해지면 그 배당금을 종잣돈 삼아 성장주를 조금씩 편입하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갈아타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Portfolio) 비중을 서서히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포트폴리오란 다양한 자산을 조합해 위험을 분산하는 투자 묶음을 말합니다.
농심이 미국 공장 3·4호기를 증설하고 있고, KT&G가 인도네시아·동남아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경기방어주 안에서도 장기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을 골라내는 안목이 결국 수익률을 갈라놓는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처럼 불황에 소소한 사치를 즐기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를 누리는 기업도 방어주 성격을 일부 갖추면서 성장성을 겸비한 경우입니다. 립스틱 효과란 불황일수록 소비자가 비싼 사치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은 사치에 지출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결론
경기방어주 전략의 핵심은 "방어"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고 배당으로 버티다가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본 결과, 이 전략에서 제일 어려운 건 종목 선택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배당수익률 하나만 보고 들어가거나, 경기 회복 신호라고 판단해 너무 일찍 성장주로 갈아타는 실수를 저도 했습니다. 결국 식품주, 통신주, 담배주처럼 실적이 검증된 경기방어주를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면서 PER과 배당 지속 가능성을 함께 보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줬습니다. 시장의 방향을 맞히려 하기보다 원칙을 세우고 분산해서 꾸준히 버티는 쪽이 제 경험상 훨씬 낫습니다.